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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뉴시스] 나마스떼코리아, 네팔 불가촉 천민들 만나다 <1>

    

 

[하도겸 칼럼]나마스떼코리아, 네팔 불가촉 천민들 만나다 <1>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55>

시골 같은 네팔의 시골은 오지라고 부를만하다. NGO 나마스떼코리아가 매년 찾아가는 카스키주의 담푸스는 카트만두에서 비행기타고 승합차타고 가야 하는 곳이지만, 우리가 찾는 동안에는 네팔의 다른 곳보다는 낯설지 않은 곳이 되었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이라는 케이블TV 드라마의 촬영장소가 된 탓도 있지만 네팔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코스인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일부 관광지구화된 담푸스의 트렉루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 식당에 앉으면 눈앞에 펼쳐지는 전인미답(前人未踏), 즉 아무도 오르지 못했다는 생선꼬리와 같이 생긴 마차푸추레의 높은 봉우리를 한눈에 대할 수 있다.

봉사는 남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며 나만을 위해 살지 않을 뿐이다. 또한, 습관처럼 몸에 익어 나중에는 '내가 좋은 일 한다'는 의식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몸에 익혀 하는 무념무상이라는 경지에 올라야 된다. 그걸 불교에서는 자비에 근거한 보리심이라고 했던가? 여하튼 국제구호라는 명목아래 남을 돕기 위해서만 나선 것이 아니라 봉사자의 행복 역시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담푸스의 경우 빈부격차가 심한 구릉 지역이어서 1등급 카스트에 해당하는 브라만, 체트리 등의 파바스티야가 아닌 카스트로 세 번째 등급에 해당하는 구릉족이 지배 아닌 지배를 하는 곳이다. 그 아래인 4등급보다 아래 5등급이지만 등급외의 카스트라고 하는 달릿, 즉 불가촉 천민인 뻐리얼, 비카 등과 마을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달릿은 구릉과의 접촉에 커다란 한계가 있다. 특히 생명의 근원이며 힌두의 신이 네팔인에게 선물한 물은 카스트가 있는 4개 등급과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봉쇄되어 있다. 담푸스에서도 불가촉천민인 달릿이 가사를 도우면서 설거지를 한 그릇을 구릉 사람의 부엌 입구에 놓고 사라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렁각시도 아닌데, 직접 물건을 건네주지 않고 받지도 않는다. 불가촉이란 그런 뜻이다. 얼마 전 네팔의 조간신문에 우물가에 접근했다고 구타를 당한 달릿 여성의 퉁퉁 부은 얼굴이 보도된 적이 있다. 실제로 1854년에 제정된 힌두교적인 카스트 법인 물루키 아인이 110년만인 1963년에 개정되어 법적으로는 모든 네팔 시민이 평등하게 된지 50여년이 지난 2014년의 일이다. 법적으로는 달릿들이 해방되었지만 2001년 9월까지는 그들은 힌두교 사원에 쉽게 출입할 수 없었다.

담푸스에도 화장터가 두 개 있다. 하나는 구릉족 중심의 3등급 이상이 사용하던 곳으로 달릿은 출입할 수 없으며 사용도 불가했다. 달릿들 가운데 마오(중국식 사회주의자) 등장 이후 출세해서 돈을 만진 이들이 공동으로 화장터가 있던 8구역 구릉 아래에 달릿을 위한 또 하나의 화장터가 만들어 진 것을 보면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버린 '마오'가 교육과 마을공동체에서 이룬 평등은 간과할 수 없는 순기능이 있다. 나마스떼코리아 현지봉사단원들이 4년차에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이 달릿 대표와 함께 마을가꾸기에 나서게 된 것도 마을 공동체 내에서 달릿들의 역량이 강화된 결과이기도 하다.

흙과 마대 조각으로 설거지는 하는 아낙네, 몬순기에 장대비가 줄줄이 새고 안나푸르나의 황소바람이 '돼지 삼형제와 늑대'에 나오는 판잣집을 연상케 하는 불과 네 평도 안 되는 비위생적인 집에 부모와 3자녀가 함께 옹기종기 모여 산다. 이들이 따로 다니는 5년제의 학교를 찾아가 교육봉사를 하다보면 그들의 학력은 공부를 뒷받침하는 가정형편의 부족이 문제일 뿐, 카스트가 있는 이들과 전혀 차이가 없다. 오히려 예술적인 감성은 보다 탁월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들을 위한 5년 과정의 공립 초등학교에는 정부에서 파견된 3명의 선생님이 있다. 교장선생님은 수업을 하지 않는 관계로 결국 3명의 선생님이 부족하다. 보육반에 해당하는 'nursery'까지 고려하면 4명의 선생님이 더 필요하나, 교육예산이 부족한 것인지 나머지 선생님은 마을공동체에 맡긴다. 이에 마을에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조성되고 졸업생 가운데 구역에서 대부분 경제력이 있거나 신분이 있는 이들 중심으로 5명의 위원이 선출된다. 2년 전에 처음으로 이들 가운데 비카, 즉 달릿 한명이 참가하게 되었다. 운영위원회에서 조심스럽게 발언하는 그의 의견은 존중되었으며 다른 4명의 구릉족들이 적극적으로 후원을 하는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면을 볼 수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정부파견교사와는 달리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채용하는 교사의 경우 임금이 3분의 1도 안되지만, 이마저도 후원에 한계가 있어서 8구역의 초등학교는 5명의 선생님만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ACAP(안나푸르나 보호지구) 대부분의 산간 마을 학교가 비슷한 형편이었다. 어렵게 신분제를 교육으로 극복하고자 간 학교에 선생님이 없어서 하루에 한 두시간은 놀고 있어 다른 카스트가 높은 지역의 학교보다 학력이 차이가 나는 것이 안타까워 나마스떼코리아는 3년 전부터 장학금 사업과 함께 학교 교사 지원 사업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을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한국불교연구원과 무량감로회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세 가구에 대한 장학사업도 추가했습니다. 아울러, 무의촌인 이곳 담푸스에 1주일간의 의료봉사에 그치지 않고 현지 간호사를 채용하여 학생을 포함한 주민들의 생명을 구제하는 보건센터도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계획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기술교육봉사를 자원하는 우리나라 선량한 직업인들이 마음껏 가르칠 수 있는 기술센터도 설립하려고 합니다. 일자리가 부족한 네팔인들, 특히 빈곤계층을 재교육을 통해 기술인으로 성장하는데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어렵다고 돈을 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네팔에 꿈과 희망을 심는 그런 복합시설인 드림센터를 추진하겠습니다"라고 마을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김세억(유앤비코퍼레이션 대표) 나마스떼코리아 드림센터 추진위원장에게 지난 7월28일 카스키 주지사는 감사의 표창을 전했다.

dogyeom.h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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