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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네팔에서 인술, 한국불교연구원 김종화 이사장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49>

50년 전만 해도 한국보다 더 잘 산 나라 네팔은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국왕 시해 사건이 일어났고 왕정이 무너진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헌법도 만들어지지 않은 나라다. 가장 큰 이유는 지역과 민족 이기주의에 따라 선거구의 성격을 띤 행정구역이 제대로 분할되지 못하는데 있다고 한다. 나라도 없는데 지역과 민족들이 분열되고 있는 것이다. 2007년 7월 23일 자로 한국 기업이 네팔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인력송출에 관한 한국-네팔 간 고용허가제(EPS)를 체결했다. 이후 이 시험에 최대의 응시자를 매년 냈다. 그러나 이들조차도 설날과 추석에 이뤄지는 행사에 종족에 따라 행사 일을 달리한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종교분쟁은 거의 없다. 그들의 인사말 자체가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지극히 겸손의 뜻을 내포한 나마스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외교부 등록 NGO 나마스떼코리아는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네팔에 대한 국제적 구호와 ‘우리나라 바로 알리기’를 위해 한의학 의료봉사와 전통놀이봉사가 주가 된 제1차 ‘네팔 베니에 심은 한국의 꿈과 희망’ 프로젝트와, 한국어교육과 문화 교육이 주가 된 제2차 ‘네팔 담푸스에 심은 한국의 꿈과 희망’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2차 현지 봉사활동에서는 담푸스 공립학교 9학년과 10학년의 80여 명의 학생이 5일간의 집중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을 감동하게 했다. 하지만 당시 자원봉사자들은 네팔 안나푸르나 산악지대인 마차푸추레가 보이는 카스키주 담푸스의 열악한 의료 상황에 질색했다. 자벌레와 같이 생긴 거머리가 달라붙고 이 거머리가 만들어낸 상처에 소독약조차 대지 않아 2차 감염이 일어난 학생들도 있었다. 밴드를 붙이기에는 큰 상처가 나서 꿰매야 하는데도 그런 의료시설에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어른들도 적지 않았다. 심한 경우에는 상처가 덧나서 다리 등을 절제하거나 생명을 잃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네팔의 참혹한 현실을 목격한 진보성향의 한 참가자는 ‘유신헌법을 개정한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우익들이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는 발언을 할 정도였다. 맹자가 말한 대로 항산(일정한 직업과 재산 그리고 생활)이 있어야 항심(흔들림 없이 수행할 수 있는 마음)도 있는가 보다.

2013년 여가부 지원을 받은 ‘네팔문화학교’가 장관상을 받고 올해에 진행한 ‘아시아다문화학교’가 KBS와 WBS 등에 방송되며 더욱 주목을 받게 된 나마스떼코리아는 2012년에 이어 2014년 안전행정부(장관 정종섭)의 지방행정실(실장 정재근) 지방행정정책관(정책관 정태욱) 민간협력과(과장 정구창)의 비영리민간단체(NGO) 지원을 받아 이번에는 2차 봉사에 ‘의료봉사’를 더했다. 불연(不然) 이기영 교수가 만든 사단법인 한국불교연구원의 현직 이사장으로 매달 둘째 주 일요일 조계사 불교대학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의사, 간호사, 약사들의 모임인 무량감로회의 고문도 역임하고 있는 유마거사와 같은 김종화 거사가 합류했다. 2015년 대대적인 의료봉사에 앞서 70세가 넘었음에도 노익장을 발휘해 큰 뜻을 내어 참가했다. 여기에 ‘온누리건강지킴이’ 봉사단에서 수족침 봉사를 수년간 해 온 박금희·정화연씨가 참여하고 이를 보조하는 참가자와 통역이 붙으며 2개의 진료팀을 더해 20명의 봉사단을 구성하게 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진출한 수족침은 고산지대 특성상 요통·관절염 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에게 도움이 됐다.

한국에서 의사가 왔다는 소식에 아침 일찍부터 산을 넘어온 환자들을 반갑게 맞이한 김종화 이사장은 네팔에 오기 전에 이미 네팔 의료 봉사를 했던 다른 의사들에게 e-메일로 정보를 받아 사전 지식을 확보했다. 개인위생이 좋지 않아 충치가 많고 대부분 영양실조라는 점을 알고 모든 환자에게 영양제를 나눠줬다. 부족한 영양제와 의료품 등은 삼진제약(회장 최승주)과 평택의 로데오 약국(약사 안기순), 한림대 부속 강남성심병원 신경외과의 김창현 교수 등이 협력했다. 

개인 짐을 줄이고 그 자리에 학교와 주민에게 줄 기부물품을 가져가느라 치약과 칫솔 등은 챙기지 못 했다. 하지만 김종화 이사장의 제안에 따라 즉시 반년 분량의 치약과 칫솔 등을 대량으로 구매해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바른 칫솔질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나눠주기도 했다. 평일 5일 동안 진료를 하던 김 이사장은 진료가 끝난 뒤에 봉사단 숙소로 찾아온 환자도 반가이 맞이해줬다. 라츠미(30)의 세 살 배기 둘째 아이는 영양과 주거환경이 좋지 않은 데다 가볍게 생긴 상처가 감염돼 등과 팔에 고름딱지증인 농가진이 심했다. 라츠미도 충치로 심한 고통을 겪고 있었기에 이들에게 항생제 연고와 영양제, 진통제 등을 처방했다. 이를 지켜본 일부 회원들이 즉시 성금을 걷어 첫째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비와 교복 구매를 위한 금액을 기부했다. 

지난 7월 30일 진료 시작 전에는 봉사단 숙소를 찾아온 니시(56)는 정강이에 10㎝가량의 심한 자상을 입었다. 주민들의 부축을 받고 봉사단 캠프를 찾은 그녀는 “전날 다치고 밤새 출혈이 심했지만,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웃이 나마스떼코리아 소식을 알려줘서 찾아왔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수술도구까지 챙겨온 김종화 이사장은 그 자리에서 수술을 하고 꿰매고 항생제와 영양제 등을 처방해 줬다. 또 1일에는 봉사활동을 하는 학교 학생 가운데 수만(10)군이 발을 다쳐 왔다. 2차 감염이 염려될 정도로 상처가 커서 현영건설 정상호 이사가 바삐 숙소로 돌아와 수술 도구를 챙겨 와서 적시에 수술이 성공리에 이뤄졌다. 

환자들에게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진료를 위해 하루 40명씩으로 제한하며 번호표 등을 배부했지만, 진료를 전후해 김종화 이사장은 환자들을 맞이했다. 진료 중에도 환자들을 더 보려고 노력했다. 아울러 김 이사장은 마을 이장에게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왔다. 필요하면 거동이 불편한 분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진료까지 할 것이다. 충분한 무상 치료 기회가 없어 정말 작은 병도 아닌 것에서 출발해 큰 병이 돼 고통받는 이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란다”고 약사여래와 양왕보살(藥王菩薩)과 같은 서원을 했다. 

나마스떼코리아(www.namastekorea.org)는 네팔인의 행복뿐만 아니라 봉사단원 개개인의 행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담푸스에 왔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열악하지만, 꿋꿋하게 순박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 사는 담푸스를 봉사 장소로 정해 매년 찾아오는 것도 한 이유다. 봉사단원들은 새벽 일출과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보며 커피와 빵, 과자를 들며 하루를 시작했다. 학교 후원회장과 마을 이장, 열악한 가정들을 초대해 봉사단원들이 직접 만든 우리 음식을 함께 들며 교류하는 한식 페스티벌도 여는 등 진정한 민간외교의 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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