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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불교닷컴] 장지현 “고통이란 없애는 것 아닌 넘어서는 것”

[기고] 한국불교연구원 제41회 전국구도회 여름수련대회 참가기

지난 8월 15~17일, 경기 곤지암에 위치한 유마정사에서는 사단법인 한국불교연구원(이사장 김종화) 소속 다섯 구도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41회 전국구도회 여름 수련대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NGO 나마스떼코리아 회원이다. 지난달 '네팔 담푸스 희망 심기'에서 의료봉사를 함께 해준 김종화 이사장과의 인연으로 재가불자들이 중심이 된 연구∙수행 공동체 한국불교연구원에 관심 깊어졌다. 재가불자로서 그들이 함께 모이는 2박 3일 수련대회에 꼭 동행하고 싶었다.

▲ 전국구도회 수련대회에 참가한 청년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글을 쓴 장지현 씨.


1974년 강의실 메우던 열기 현재까지도

한국불교연구원은 1974년, 기복∙출가불교가 불교 신행의 주류를 이루던 때 지성불교∙생활불교를 주창하는 뜻 있는 재가불자들이 한데 모여 설립한 단체이다. 한국 불교학계 탁월한 학자이자 종교인인 불연不然 이기영(1922~1996) 초대 원장을 비롯한 당대 재가 지식인들은 '민족 문화의 중심인 불교에 대한 연구와 신행 생활의 정립'을 통하여 국민들의 정신적 역량을 성숙시키고자 했다. 연구원의 학술∙연구∙출판∙교육∙연수 등 다양한 활동 가운데 단연 인기 높았던 것은 이기영 초대 원장의 불교기초교리 강좌였다. 당시 강의실은 수강생 200여 명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그 강의를 수강한 이들이 배운 바를 함께 닦아가고자 도모해 만든 것이 전국구도회이다. 서울구도회(74년), 대구구도회(76년), 부산구도회(77년), 대전구도회(99년)가 창립된 이래 지금까지 그 뜻을 이어오고 있다.

▲ 김종화 이사장은 승만경에 나오는 승만보살의 사신명재를 강조했다.


지성ㆍ생활불교 지향하는 재가불자 중심

전국 구도회는 지성∙생활 불교를 지향하는 재가불자들이 중심이 된다. 각 법당에서 매주 법회와 강연을 개최하며 연구원의 기치인 공동연구∙공동수련∙공동참여를 실현하고 있다.

 매년 개최되는 전국구도회 수련대회는 자율적으로 운영 중인 각 구도회 회원들이 한데 모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이다. 이번 대회에는 100여 참가자들이 같은 뜻을 지닌 다른 지역의 도반들과 소통하고 함께 배우기를 고대하며 기꺼이 주말 연휴를 반납했다.

2박 3일 간의 수련회는 아침, 저녁 예불 및 법문, 강의, 찬불가 수업, 구도인들이 더욱 친밀감을 더할 수 있는 자리인 '구도인의 밤'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전과 달리 이번 수련회에서는 구도회 내부에서 전문가들을 선출해 강의를 구성햤다고 한다.

길지 않은 일정임에도 입재 법문(리영자 원구원 원장), 나의 괴로움 돌아보기(무착 거사), 찬불가 부르기(김종국 이사),  괴로움에 대한 경전적 고찰(보안 거사), 괴로움을 벗어나는 불교적 방법(박성봉 부산구도회 회장의), 선어록 읽는 방법(귀원 법사), 마인드 케어(기세찬 법사), 선무도 시범(정인숙), 재가 불교 운동(김종화 연구원 이사장) 등 재가 전문가들의 다양한 강의가 진행됐다.

괴로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 자리

주제인 '괴로움을 넘어서는 불교적 방법'에는 깊은 불교적 의미가 담겨있다. 속제의 삶을 살고 있는 중생의 삶은 괴로움과 결속되어있다. 비교적 잘 느낄 수 있는 삼고의 고고苦苦에서부터 팔고의 오취온고에 이르기까지 거칠고 섬세한 고통과 불편함은 범부의 삶을 가득 메우고 있다. 석가모니 부처님도 춘다가 공양한 마지막 음식을 드시곤 탈이 나 괴로워하셨는데 하물며 중생이 고통을 피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괴로움을 겪더라도 맑고 밝은 수행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이번 수련 대회의 강의는 고통이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서야 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괴로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스스로의 괴로움은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이를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 행사에 참가한 전국 구도회원들이 찬불가를 부르고 있다.


승만보살 같은 적극적 행동 절실

회향식 전, 김종화 연구원 이사장은 지난 40년의 재가불교 운동과 현재를 되돌아보는 발표를 했다. 치마불교, 기복불교 등 오명을 안고 있는 불교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김 이사장은 <승만경>에 등장하는 승만의 서원인 '사신명재 捨身命財'를 제안했다.

김 이사장은 “보시를 권선하고, 전문가적 역량을 개발해 내실을 기르고, 불교를 잘못 알아 폄하하는 이들에게는 당당히 맞서는 적극적인 행동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불투명한 한국 불교의 미래를 극복하기 위해 뜻이 맞는 출가∙재가자들이 열린 태도로 화합하자는 이사장 발언이 인상 깊다. 

빠듯한 일정과 무거운 주제에도 진지한 태도로 강연을 경청하는 많은 참가자를 볼 수 있었다. 회원들은 너도나도 도량 잡초 뽑기, 주방 보조, 청소 등 울력에도 솔선수범했다. 참가 인원이 많아 다소 숙소는 붐볐지만 화기애애함만이 넘쳤다. 40여 년간 재가 불교계의 명맥을 이어온 연구원과 전국구도회의 현재를 느낄 수 있었다.

혼자에 익숙한 우리, 함께 할 수 있어야

평균 연령대가 이웃 종교보다 훨씬 높은데다 종교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불교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불교가 맞이할 난관을 염려하는 교계 선배님들의 진지한 고민과 엄숙한 분위기에 20대인 나의 어깨는 절로 무거워졌다. 혼자 하는 것, 혼자 있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 세대가 한국불교연구원이 지향하는 '공동의 길'로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한국불교연구원 수련대회는 '우리는 구도자 보살의 길을 간다. 우리는 귀일심원 요익중생의 이상을 산다. 우리는 사무량심 십바라밀을 실천한다.'라는 세 가지를 큰 소리로 함께 서원하며 시작하고 끝을 맺었다. 멀고 험한 보살의 길을 가겠다는 결연한 세 문장에 지금도 가슴 뭉클하다. 구도인들이 세세생생 보살의 길을 걷는 아름다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최근 발행한 9월호 '구도지'에 수련대회 마지막 날 이뤄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더 나은 수련 대회를 만들어나갈 의지를 나타냈다. 내년에 더 달라진 전국구도회 수련대회에 또 함께 할 수 있길 바란다. 나아가 동사섭으로 함께 할 든든한 청년 도반들 역시 더 많이 참여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한다. (02) 762-5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