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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중앙일보] 나마스떼 코리아! 나마스떼 네팔!

나마스떼코리아의 네팔문화학교의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 이야기가 중앙일보 칼럼에 기재되었습니다.

 


 

[하도겸 칼럼]나마스떼 코리아! 나마스떼 네팔!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5>

5월27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조계사와 법보신문이 주최하고 조계종 총무원·문화체육관광부·대한불교진흥원, 조계종 중앙신도회 등의 후원으로 ‘힐링 멘토들과 함께 하는 행복여행’이 열렸다. ‘즉문즉설’ 300회 강연으로 종교를 초월해 시민의 멘토로 부상한 정토회 지도법사 법륜스님,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의 저자이자 유나방송 진행자인 정목 스님, 단법인 자비 명상 대표이자 한국마음치유협회장으로 불교수행법을 접목해 주목받은 마가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힐링 열풍을 일으킨 미국 햄프셔대학 종교학과 교수 혜민 스님 등이 힐링치유명상을 통한 행복여행을 안내했다.

요즘 종교계가 참으로 힘겨워하면서 아파하고 있다. 특히 불교계는 성철스님 같은 큰 깨달음을 얻은 선지식의 출현이 없어 상대적으로 탄력적인 신앙만을 강조되고 있다. 문제는 점점 고령화되는 신도 층으로 한국불교가 설 자리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힐링치유명상은 불교의 진작이라는 측면에서 현대적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한국 전통 불교의 핵심인 선불교와 상구보리 하화중생 하는 깨달음의 길과는 꽤 거리가 있는 듯하다.

몇 년 전부터 서구화된 최면, 힐링, 명상법은 쉽게 상처를 입은 현대인들을 응급처치한다는 측면에서 호응이 크지만 이미 시들해지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가벼운 찰과상 같은 외상을 치유하기 위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면서 위로해주고 안심시키면서 상처를 낫게 하고 울음을 그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소독약만으로 간 경화나 위암 같은 고질병을 치료할 수는 없다. 임시방편적인 치유는 인간이 느끼는 생로병사의 근원적인 고통을 없앨 수 없는 것이다. 진정한 깨달음과는 거리가 먼 치유 명상은 잠시 편하고 쉽게 살기 위한 자기처세술에 불과할 수도 있다.

네팔 룸비니에서 태어난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가르친 불교는 고통을 관하면서 그것을 여의는 방법을 가르친 것이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식으로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탈무드 식 치유방법을 가르친 것은 아닌듯하다. 근본적인 치유가 아닌 미봉책에 불과한 이 힐링 명상이 말법 시대 불교계로서는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꺼져가는 촛불의 마지막 불꽃이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제기된다. 요즘은 목사와 신부가 108배를 하고 스님이 크리스천처럼 설법이 아닌 예배를 보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힐링 명상의 붐이 사라지기 전에 사부대중 모두를 부처님 정법으로 귀의시킬 수 있는 경허 큰스님, 수월 큰스님 같은 선지식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이슬람 과격파들의 폭탄테러가 지속해서 방영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계가 점점 더 고통을 겪는 것은 역시 상대방 종교에 대한 경청, 배려, 존경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 네팔의 힌두교들이 합장하면서 머리를 숙이며 사용하는 인사말 ‘나마스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namaste’는 근본적으로는 인도 고대어 가운데 하나인 ‘산스크리트어’다. 흔히 불교 경전에 쓰인 고대 언어인 ‘범어(梵語)’라고 한다. 존중한다는 ‘Namah’와 당신에 대한 ‘Aste’가 합쳐진 말로 “당신을 존중합니다”라는 의미다. 참으로 겸손과 배려의 뜻이 아닐 수 없다. 특히 ‘Aste’는 단순히 상대방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의 깊은 ‘내면의 마음자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따라서 나마스떼는 ‘내 안의 신이 그대 안의 신에게 인사를 드린다’는 지극히 겸손의 뜻을 내포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겸손의 미덕인 하심(下心)을 인사말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용인대 라이프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네이버 블로거인 강신애 씨는 요즘 주말 특히 일요일에도 늦잠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다. 멘티 네팔인 청소년들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는 얼마 전 2013년 여성가족부(장관 조윤선) 지역다문화프로그램 공모사업에 선정된 NGO 나마스떼코리아(이사장 김웅남)가 운영하는 ‘네팔어 네팔문화학교’(이하 네팔학교) 공모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네팔다문화배경 청소년의 멘토가 됐다. 네팔학교의 멘토로 자원봉사를 하느라 격주로 일요일을 반납했다.

“한국불교태고종의 총무원이 있는 종로구 사간동의 법륜사(주지 혜일) 4층 소법당에서 진행되는 네팔학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스러운 멘티들. 처음에는 어떻게 친해져야 좋을지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소통 방법을 통해 아이들과 매우 친해진 것 같다. 같은 공간에서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 네팔학교가 아니었으면 만나지 못했을 아이와 나 사이에 교집합이 생긴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그리고 그 교집합의 크기가 매번 만날 때마다 커진다는 것에 나의 행복과 만족감의 크기도 커지는 것 같다. 네팔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지식은 물론이거니와 좋은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과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생기는 많은 일화를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아름답다.

네팔학교는 네팔인에 의한 네팔어 기초회화와 네팔문화특강과 함께 삼국유사로 보는 우리 문화 이야기, 한국문화체험 등의 수업으로 구성됐다. 국가지원을 받은 NGO답게 나마스떼 코리아는 네팔어와 문화 수업을 아이들과 함께 찍어서 유튜브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멀리 청주에서 불원천리하고 참가한 또 다른 멘토 충북대 생물학과 박성진 씨는 “한 아이가 꽃을 꺾어서 물에 띄우기에 ‘꽃을 꺾으면 아야 한단다’ 하니 오히려 ‘아니에요, 봐요! 꽃이 수영하고 있어요, 꽃이 노래 불러요!’라고 한다. 그때 그 아이가 얼마나 예쁘고 아름답게 보이던지, 정말 아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내 마음속 깊이 숨어있던 순수함을 일깨워주고 아이들에게 주는 제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아이들에게 받는 것 같다”고 한다.

지역다문화프로그램은 여가부 가족정책관실 다문화가족지원과가 지역사회구성원의 상호이해증진과 화합을 위해 지역 내 다문화프로그램을 발굴 지원하는 다문화인식개선 프로그램이다. 담당자 오동훈 주무관은 “일반 국민의 다문화 이해 제고와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포용하는 사회문화 조성 등을 위해 다문화프로그램을 만들었고 특히 이 사업은 다문화가정이 실제로 기반을 두는 지역의 주민 특히, 청소년들이 어떻게 하면 더욱 효과적으로 다문화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수용성 증진을 위해 기획됐다”고 말한다. 그의 뜻대로 이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 다문화가정들이 더 빨리 우리 지역 사회에 안착해 차별 없는 세상에 더불어 살기를 바란다.

외교부 비영리사단법인이기도 한 NGO 나마스떼코리아(사무국장 김용구)는 작년에 힐링캠프 주역인 법륜스님과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의 통일전문가들을 초청해 강연했다. 여기서 자원봉사로 일하는 박은수 상근간사는 청소년을 위한 역사외교스쿨을 준비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시맥’의 대표이기도 하다. 올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뽑은 사회적기업육성과정 선정돼 동대문 서울디자인재단 건물에 당당하게 자신의 사무실을 가진 그녀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민속을 전공한 재원이다. 현재 휴학하면서까지 나마스떼코리아의 네팔학교에 헌신하고 있다.

“한중간 동북공정, 한·일간 독도문제를 비롯해 역사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청소년을 바른 역사관을 가진 외교관으로 육성하고자 역사외교스쿨을 만들고 싶다. 우리 청소년들에게 네팔어 등 소외당하는 외국어와 그러한 배경을 가진 다문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세계인으로서의 균형감각을 가진 외교관으로 자라나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진 그녀는 “사회적 기업 운영수익 대부분을 NGO를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고 한다. 네팔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젊음이의 뜻과 약속이 이 사회를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고 있는 듯하다. 나마스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dogyeom.h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