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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식

2013년 제2차 "네팔에 심은 한국의 꿈" : 손숙희님의 "네팔 봉사 후기"

 

 

나는 얼마 전까지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렇다고 대단한 선행을 베풀며 사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에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각종 단체를 통해 기부를 시작하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연주 봉사도 하러 다니는 나는 최소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믿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네팔이라는 나라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담푸스에서 본 히말라야와 포카라에 있던 폭포 등 자연환경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멋지고 굉장했다.

반면에 우리가 들렀던 학교 시설이나 시내의 무질서한 모습은 생각보다 더 안 좋았다.

 이렇게 낯선 환경에서 나는 적응하기에 바빴다. 하루에 한 번씩 거머리가 내 발목에 찾아왔고, 차가운 물로 머리를 감아야 할 때도 있었다. 기후나 상황에 따라 일정이 갑자기 바뀌면 정신없이 스텝들을 따라가기만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담당이 정해지지 않은 일을 몇 번 하면서 속으로 불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분명 나는 봉사자로 온 것인데도 누군가 쉬고 있을 때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조금은 억울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참 부끄럽다.

 

사실 돌이켜보면 내가 그곳에 가서 도움을 준 것이 별로 없다.

기부물품을 전달했으나 말 그대로 전달일 뿐 내가 직접 기부한 물건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한국 문화 수업을 위해 내가 투자한 시간은 평소 수업 준비 시간의 반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수업에 참여한 네팔의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호기심을 보여주었고, 나는 한국 학교에 있는 아이들을 떠올리며 교사로서 많은 생각을 했다.

또한 네팔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우리가 봉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러니 도움을 주러 간 내가 오히려 도움을 받고 돌아온 것이다.

 

내 이름은 ‘숙희’이다. 그런데 이것을 읽으면, 평온하고 행복하다는 뜻의 네팔어 ‘수키’와 같은 소리가 난다.

그래서인지 나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고 불러주던 그곳의 아이들을 보고 깨달았다.

나는 결코 착한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네팔에서 참 행복한 사람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